본가에서의 2주간의 요양을 끝내고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써보는 수술 후기 스타트-!
초등학교 6학년 때 245mm였던 발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들어가며 점점 줄어들더니 대학생때는 230-235mm를 신게 되었다. 그마저도 발볼이 껴서 힘들었지만..? 그때 구두를 오래 신어서 그런갑다 하며 점점 튀어나오는 엄지발가락에 무지외반증인 건 알고 있었다. 못생긴 것외엔 살기 힘들진 않아서 그냥 볼 넓은 신을 신으며 살고 있었는데 작년 페루 트레킹을 다녀오며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일단 다녀온 직후에는 발이 전반적으로 아파서 ‘아치가 거의 없고 부주상골이 있는 발’ 정도로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 후에도 1시간 이상 걷거나 오래 서있으면 이따금씩 엄지발가락 등 발에 통증이 계속 되어 수술을 결심했다.
8월 19일 진료 상담을 받고, 수술은 통증이 있는 경우 원하시면 하시라라는 말씀을 듣고 수술 날짜를 잡고 왔다. 집에 와서 수술가격을 안 물어봤다는 것을 깨달았따..
대망의 입원날 10월 7일
12시에 맞춰 병원에 가니 입원 짐을 대충 어딘가 맡기고 엄청 바쁘게 검사들이 진행됐다.
급한 수술환자 때문에 늦어진 MRI를 제외하고 모든 검사를 마치고 병동으로 들어갔다. 간호통합병동이라서 보호자로 와계셨던 어머니와도 빠이빠이. 짐도 혼자서 들고 들어간다.
나는 신청했던 2인실로 배정받았다. TV는 한번도 보지 않았으나 유선 이어폰이 있으면 편히 봤을 것같기도..? 아무튼 같은 병실을 쓰시던 분은 이어폰없이 사용하셔서 나는 계속 이어플러그나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생활했다.
엄청 힙한 MZ같은 환자복..
족부전문병원을 선택했더니 모두가 발다리 환자여서 좀.. 웃겼다.
밥이 맛있어서 입원생활이 기대되고 좋았다(ㅋㅋ)
샤워하기 여의치 않아서 샴푸를 도와주는 시간이 있는데 나는 화요일 수술, 금요일 퇴원이라 이용하지는 못했다.
저녁을 먹고 수술 전 브리핑을 듣는다.
뼈 사진 주의!
무지외반증은 양 쪽 다 있지만 통증이 있는 오른발만 수술하기로 결정. 발가락 밑에 있어야 할 종자뼈가 옆으로 돌아가 2번뼈를 누르며 튀어나오고 있다. 그래도 나는 다른 환자들에 비해 생김새가 심한 편이 아니긴 하다. 수술의 필요성은 통증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아니, 수술하러가면서 수술 전 사진을 하나도 안 찍어놨다니..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더 진행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발이 아플 수 있는 게 양 발 모두 표시된 자주색 원 속 틈이 넓고
특히 왼쪽 뒷꿈치 연두색 원 속 부분은 너무 타이트하게 틈없이 껴있는 느낌이라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프지 않으니 지금은 패스. 부주상골도 지금은 아프지 않아서 건들지 않기로 했다.
자주색 원의 틈, 주황색의 2번뼈가 연두색의 1번 뼈 보다 길다는 점들이 여러모로 더 통증을 유발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족압검사. 빨간 부분이 압력을 많이 주는 부분. 많을 수록 안 좋다고 했다.
수술은 30-40분, 길면 50분 정도 걸리고 사용하는 무통주사와 수면마취 방법 등에 대해 듣고 병동으로 돌아왔다.
수술 전날, 밀린 나솔을 본다.
병실 내 화장실이 있는 데 휠체어를 넣고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내 침대는 화장실 앞이였는데… 또르르.. 수술 후에는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10월 8일 수술 당일
5:00 링거 라인 잡게 준비하라고 했다.
5:20 오른팔 실패! (핏줄이 터져서 멍이 이제야 빠졌다 ㅠㅠ)
5:45 왼쪽도 여기저기 실패하다가 주사 얇은 게이지로 바꿔서 왼손에 성공. 폴라주오피주라는 혈액 대용제 주사를 맞았다.
젊은 편이라 급하신 어르신들부터 수술순서가 진행된다 해서 느긋하게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모닝 영어필사도 하고 …
수술 후 사용할 물건들도 살펴보고…
수술 후 마사지기를 쓸 수 있는 일회용 커프들과 압박밴드인가보당…
맞다.
입원 전에 준비해 둔 것이 있는데 의료용 아이스팩과 퍼스타 깁스방수커버. 나는 발만 수술하니까 발목이면 되겠지 하고 사서 입원했다.
후술하겠지만 병원에서 샤워할 거면 종아리까지 오는 걸 사도록 하자… 씻겠다는 나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나는 씻긴 했는데 의사선생님들이나 간호사선생님들의 반응으로 보았을 때 보통 못씻고 퇴원하는 듯 했다.
수술 후 사용할 마사지기도 부착되고.
8:00 다시 외래로 내려가 사진, 동영상같은 걸 찍었다. 발 디딤새와 발바닥 굳은 살같은 걸 찍었다. 또 오른쪽 발 1번뼈 밑에 CT로는 안 잡히고 MRI로만 보이는 조그만 구멍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종양일 수도 있고 그것때문에 더 아팠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번 수술에서는 건들지 않기로 했다.
12:00 항생제 주사
13:16 수술실 이동. 걸을 수 있는데 쑥스럽게 휠체어에 태워서 델꼬 가주셨다.. ㅎㅎ
그리고 산소마스크 끼고 새우등으로 옆으로 누워서 척추주사로 하체 마취를 진행했다. 뼈 사이 척수에 주사를 놓기 전에 피부에 살짝 마취를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하나도 안아팠다 신기… 그리고 루마세이트로 수면 마취.
그리고 기절.
14:15 쯤 수술종료하고 집도의 쌤이 “좀 오래 걸렸네”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반깁스 처치 받고 침대에 태워진 채로 엑스레이. 그리고 병실에 돌아왔다.
바로 마사지기가 설치되어서 주물러주고
무통주사도 달렸다. 나는 이전 다른 수술에서 펜타닐이 너무 몸에 안맞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네큐팜이었다. 누르지 않아도 조금씩 들어가는 주사고 15분에 한 번씩 누를 수 있다. 그전에 누르면 주사되지 않는다.. 2년 전에 받았던 내과적 수술과 달리 이 외과 수술은 통증이 너무 심해서 (다시 떠올려도 웃음이 나네 아파서..) 15분이 안 된 걸 아는데도 계속 누르고 간호사쌤들한테 아프다고 계속 말하고… 옆 병실에서 어떤 남자아이가 아프다고 소리를 계속 고래고래 질렀던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가고 .. 그랬다. (그러나 무지외반증 수술은 그렇게 통증이 심한 수술은 아니라고 한다… 아프지 말자 ㅠㅠ) 암튼 타임라인으로 이때는 하반신 마취가 안 풀려서 아픈지 뭔지 모를 때. 그냥 마냥 춥다. 그리고 발가락들은 감각은 있으나 움직일 수는 없었다.
실손 제외 비용에 들어 있던 콤비플렉스 엠시티페리주.. 영양제라 한다.
발열 담요, 핫팩 등으로 온몸이 감싸진 채 내가 한 일은 정준일의 새겨울 듣기. 추워서 듣고 싶어졌다. 4시간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척추마취라 깨기 전에 고개를 들면 어지러울 수 있다고 했다.) 금식. 두시간 뒤부터 물을 마실 수 있었으나 물 마신다고 고개들면 어지럽고 사레도 걸릴 수 있다해서 악깡버로 4시간 버텼다.
15:15 혈관통 호소
15:58 발가락 감각은 있으나 여전히 안움직여짐
16:30 회진. MRI에서 발견된 구멍에서 낭종이(아마도 골낭종) 흘러나와서 조직검사했다고 했다. 아마 암은 아닐거라고.. (근데 첫번째 외래에서 결과를 못 들었다…!! 담에 물어봐야지…)
17:30 마취가 풀리는 듯.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
18:12 진통제 링겔 추가.. 근데 이 진통제가 엄청 아프다. 안그래도 혈관통이 있었는데 진통제 자체도 혈관통이 있는 주사라고.. 너무 아팠다… 수술부위 아직 통증은 없었고 마취는 풀려가나 만져도 몇번째 발가락인지 구분이 안갔다.
18:42 드디어 물마시고 식사 ㅠㅠ 밥대신 흰죽을 받았다. 전신마취가 아니라서 그래도 이렇게 일반식을 먹을 수 있다.
내 앞으로 배정된 휠체어
19:32 무통주사때문에 유발되는 메스꺼움을 없애는 항오심제와 상처의 붓기를 빼주는 주사를 맞았다.
20:00 휠체어 첫 이동.. 댕 힘들다..
23:39 무통주사를 눌러도 아프다 ㅠㅠ
23:58 항생제, 진통제 맞고 발 냉찜질.
이렇게 수술날은 저물어 갑니다.
병동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5:00 기상 아마 이것저것 주사를 맞았겠쥬
7:24 아침약, 항생제, 항오심제, 붓기빼주는 주사. 아미노산 링거 추가(아마 이것도 실손 보상 제외
입맛은 있어 다행이야…
8:30 수술 경과와 낭종사진을 봤다.
뼈가 많이 휘어 있지 않은 이런 상태의 발이 더 수술하기 힘들다고 한다. 잘라서 밀어 넣어야 하는 데 공간이 부족해서. 두 군데의 뼈를 잘랐고 앞쪽은 핀으로(내가 보기엔 못ㅋㅋ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빠지지 않게 조심) 밑의 뼈는 나사 두 개로 고정되어 있다. 다행히 이 수술로 발 사이즈가 달라지거나 하진 않는다고.
*낭종사진 나가요~*
수술하다 흘러 나온 낭종.
병실로 들어와 마사지기도 하고 진통제도 더 달라해서 투약하고,.. 암튼 이때부턴 통증에 계속 시달렸다. 약간 작열감같은 타는 통증? 점심먹고 주사 맞고 …
17:00 저녁을 먹은 뒤
17:30 샴푸실에 가서 혼자 머리라도 감겠다며 고생 생고생을 했다. 샴푸대가 미용실 샴푸해주는 곳처럼 생겼는데… 엑소시스트가 아니고서야 거기서 뒤집어져서 혼자 머리를 감겠다는 생각을 한 내가 미친 ㄴ이다… 샴푸실도 적시고 내 환자복도 폭삭 적시고 ^^ 메모장엔 “샴푸 개망함ㅋㅋㅋ”라고 적혀 있다.
18:30 루틴하게 혈압, 산소포화도, 체온 재고 너덜너덜해진 왼손 주사 테이프도 다시 붙이고 항생제, 항오심제, 부종제거 주사도 맞았다. (이제는 세트!)
10월 10일
4:41 혈압, 산소포화도 ,체온체크.. 병실 생활도 자주 깨서 피곤…
5:21 수액교체, 혈액검사
7:00 식사, 항생제 등등 세트 주사
8:33 회진.. 내일 퇴원 암시?! (근데 간호사들에게 전달이 좀 잘 안되는 것같았다. 나만 혼자 신나서 퇴원 준비하고…)
9:25 초음파, CT 검사
18:00 회진. 반깁스가 너무 꽉 매어있어 아프다 했더니 발목부근을 면도칼로 갈라서 좀 터주셨다. 작열감을 계속 호소했는데 수술하면 원래 그렇다고.. 얼음주머니 무거우니 반깁스일때는 온도가 닿지도 않고 발목에 부담되니 하지 말라고 했다.
반깁스. 반깁스는 종아리까지 올라와서 정신차리자마자 쿠팡으로 종아리까지 오는 방수커버를 주문했다. 이날 받았기 때문에 샤워하고 만다며 벼르고 있었다.
책도 읽고..
20:10 “내일 퇴원한다니 라인 빼주세요. 내일 맞아야하는 항생제는 그냥 라인 새로 잡아주세요” 라고 해서 링거 뺌. 계속 피와 주사들이 밖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게 안그래도 찝찝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태가 안좋다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며 얼음찜질 잘해주라고 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씻는거 참아보라고 하셨지만 씻었지 후훟
따뜻하게 누워만 있어서 막 등에 욕창생길 것같고.. (땀띠는 생겼다) 암튼 찝찝해서 괴로웠다..
10월 11일 퇴원
5시 이전에 항상 체크하던 거 체크하고 주사맞고.. 진료실로 이동했다.
반깁스를 풀고
새로 붕대도 감아주고 (엄지는 할루케어 밴드)
퇴원안내문!
이전에 받은 설명서에는 3-4일에 한 번 근처의 정형외과에서 드레싱을 받아야 한다고 써있었지만 나는 외래까지 따로 소독하지 말고 그대로 오라고 했다.
간호사들이 잘못 알려준 보호대 착용. 이건 완전히 붕대를 풀고 착용하는 건데… 이때부터 착용하라고 해서 저렇게 16일간 고생했다.
실내용 보조기차고 보조기용 신발도 신고
집(본가)에 갑니다
휠체어만 타다가 갑자기 걸으라고 하니까 첨엔 진짜 갓태어난 기린처럼 벽잡고 오들오들 걸었다.
집에 와서 동호회사람들이 자꾸 먹는 사진 올렸던 새우와 회도 먹고..
마라샹궈도 먹고..
집에 챙겨 온 만년필에 잉크가 떨어져서 잉크도 사고
생일도 있었다.
어머니의 9첩반상 감사합니다…!
교환학생을 함께 했던 친구가 보내준 12년전의 생일.
10월 23일 첫 외래!
집에서 너무 보호받아서 처음으로 집 밖을 나서 보았다. 집에서도 거의 바퀴달린 의자에 몸을 의탁해서 돌아다녔으므로 걷는 게 너무 느리고 어색하고 동생 붙잡고 걷고.. 모든 도보이동에 시간이 2배이상 걸리는 것같다.
조직검사 결과는 안 알려줬고,.. 나도 까먹었고.. 엑스레이 상으로 문제가 없자 실밥을 뽑고 소독을 해주고 할루케어밴드는 제거하고 그냥 밴드로 교체, 다시 붕대로 곱게 싸줬다. 아악.. 언제 씻을 수 있어요.. ㅠㅠ 내 발이지만 너무 괴롭다..
한 번 나와봤다고 또 중간에 나와서 까페도 가고..
드디어 길고 길었던 본가에서의 요양을 끝내고 10월 26일 집으로 돌아왔다.
블로그 쓰려고 보니 외래 후 발 사진이 없어서 찍어봤다. 자고 일어나니 밴드는 사라지고 핀(못)이 보여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보조기를 차고 절뚝거리면서 생활 중 🩷
운전은 한달반, 술은 한달 후부터(절주), 요가 등 운동은 세달 후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운전에 한달반이나 걸리는 이유는 급브레이크시 발에 가하는 하중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 암튼 2주만 있으면 잘 걸어다닌다는 선생님 말씀에 일정을 좀 잡아놨는데 과연 버스와 지하철을 잘 이용할 수 있을까 두렵다… 버스는 타고 내릴 때가 무섭고 지하철은 걷는 게 무섭고 ㅠㅠ 다음 외래까지 무사히 … 아 그리고 수술은 꼭 여름을 피해서 하자.. 지금도 발을 못씻는 게 너무 괴롭다. 통증은 오래 서있거나 조금 걷거나 무리하면 아프고 아프면 얼음찜질하면 낫고 그래서 얼음찜질을 많이 해주고 있다. 하도 안움직였더니 집에 돌아와서 정리하고 뭐하고 한다고 (집안을) 뽈뽈 돌아다녔더니 너무 피곤하고.. 발도 아프다.. 피로에 주의하자. ✧٩(•́⌄•́๑)و ✧
총 비용 정리
방수커버S ₩13,200
방수커버M ₩8,810
얼음팩 *3 ₩19,690
수술+입원(간호통합병동 2인실) ₩5,002,730
첫번째 외래 ₩31,300
수술+입원+첫번째 외래 실손 보험 보상 지급금 ₩3,697,824
보상 제외 비용: 모든 보조기(₩131,000), 영양제(₩310,000), 코로나 검사 비용(₩15,000)
= ₩1,377,906
실손.. 최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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