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음악 히사이시 조
목소리
마키 마히토: 산토키 소마
왜가리(아오사기) : 스다 마사키
히미: 아이묭
키리코: 시바사키 코우
나츠코: 기무라 요시노
큰할아버지: 히노 쇼헤이
마키 쇼이치: 기무라 타쿠야
앵무대왕 : 쿠니무라 준
바람이 분다(2013)이후 10년만의 미야자키 하야오 은퇴번복작(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를 보고왔다.
지브리 역대 최고 제작비, 7년반이라는 준비기간 2년반을 포함한 긴 제작기간으로도 화제였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내가 쓰는) 줄거리
일본의 침략 전쟁이 활발하던 쇼와시대 중 2차세계대전(1939~1945)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마히토 가족이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것은 1947년.
도쿄에 살던 마히토는 태평양전쟁의 3년째에(1943년) 입원 중이던 어머니가 있는 병원이 불타 어머니를 잃는다. 군수공장 경영자인 아버지가 어머니의 동생 나츠코와 재혼을 하게 되면서 엄마의 고향으로 피난을 간다. 이미 동생을 임신 중이고 엄마랑 똑같이 생긴 나츠코에게 약간의 적대감, 불쾌감을 느끼며 전학 간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싸우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머리를 돌로 찧어 마치 학교 폭력의 희생양인냥 앓아 눕는다. 입덧과 마히토의 일로 앓게 된 나츠코는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마히토는 집안일을 봐주시는 키리코 할머니와 함께 엄마의 고향집인 저택에 있는 탑으로 나츠코를 찾으러 간다.
탑 속은 탑을 지었다는 큰할아버지가 주인인 이세계(아래의 세계)로, 어린 시절 잠시 탑 속으로 사라졌다던 엄마(히사코)의 소녀시절(히미)가 불을 쓰고, 아이로 태어나는 와라와라들과 살생을 할 수 없는 죽은 사람들, 그리고 와라와라들를 돌보는 젊은 키리코, 식인을 하는 앵무새들, 와라와라들을 잡아먹는 펠리칸들, 악의를 지닌 돌이 혼재되어있는 세계였다.
왜가리와 히미의 안내를 받아 나츠코를 찾으러 간 마히토는 산실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이에 대왕앵무는 이세계의 주인인 큰할아버지에게 크게 항의한다. 큰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자신의 대를 이어 악의를 가지지 않은 돌들로 탑을 쌓아 세계를 지킬 건지, 아니면 있던 세계로 돌아갈 건지 묻고 마히토는 자신의 머리의 상처를 보여주며 자기가 악의를 지니고 일부러 만든 상처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대왕앵무가 엉망진창으로 쌓아버린 탑이 무너져 이세계는 무너지고 나츠코와 마히토도 히미도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전쟁이 끝나고 2년 뒤(1947년) 마히토네 가족이 도쿄로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내 감상을 쓴 후 이야기를 더 찾아 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이 감상은 정말 개인적이고 근본없는 감상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이야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집안도 전쟁 중 제로센을 만드는 등의 군수 공장 집안이었고 어머니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6살때 결핵균이 척추에 감염되어 오래(9년) 누워있었다.
단순하게 본다면 그런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시절을 담아낸 마히토라는 소년의 사춘기와 우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전쟁이라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새어머니라는 사람에게 정이 붙을 수 없고 학교도 마음에 안드는 데 아이들과 싸우고, 학교를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머리를 돌로 찧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정신없는 상황과 수많은 갈래로 찢긴 감정들 사이에서 나를 찾아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지하세계의 여행 그 자체가 사춘기인 것같다.
언니의 아들이 느끼는 감정을 나츠코가 모를리 없었고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우울에 빠진 나츠코 역시 그 지하세계로 갈 수 밖에 없었고 그런 그녀를 구해낼 수 있는 것도 결자해지를 해야하는 마히토였던 것이다.
지하세계에서 만난 히미 역시 엄마의 사춘기시절의 반영이었을 것만 같다.
갑자기 떨어진 운석같은 탑.(사춘기는 갑자기 온다.)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악의 없는 돌(마음)으로 탑을 잘 쌓아야 한다는 것.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지(어떻게 탑을 쌓을지) 생각해나가야하는 시기. 생명의 탄생에 경외심을 느끼기도 하고(와라와라). 계속 아래로 떨어지는 발밑이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급작스러운 성장.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하나의 세계(알)을 깨야한다는 것과 같이 금기를 깨보기도 하고 그로 인한 시련도 존재한다. 나의 뿌리(큰할아버지)를 궁금해하고 파고들기도 하는 시기. 나를 돕는 어제의 적이었던 오늘의 친구인(친구는 싸우면서 친해짐) 왜가리와, 사춘기 시절의 어머니의 모습(부모가 자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비로소 자기연민에서 벗어나 상처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인정하는 사람. 마히토는 그 인정을 통해 진정한 나로 거듭났다. (마히토는 진실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탑에 나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마히토에게 왜가리는 왜 기억하느냐 보통은 다 잊는다라고 하고 마히토의 주머니에서 돌의 조각과 마히토의 부적이 되어주었던 키리코 상의 나무인형이 나온다. 보통은 사춘기 시절의 흑역사인 나의 모습을 잊어버리겠지만 가끔 돌을 꺼내어보면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미야자키 하야오는 붉은 돼지처럼 으른 영화도 만들지만 나에게는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돌을 계속 꺼내어 보는 소년같은 감독이다. 어떻게 계속 그런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지, 유지할 수 있는 지, 또 이렇게 판타지라는 장치를 통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항상 놀라면서도 이제는 존경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어린 채로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나를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독은 실은 자기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일단은 그렇게 봤고. 아마도 다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처럼 여러번 보게 되겠지만 그때마다 어떻게 느끼게 될지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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