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즐기기

양주, 장흥 참숯가마

돌군찡 2024. 2. 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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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lace.map.kakao.com/m/9361888

장흥참숯가마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400 (장흥면 석현리 343)

place.map.kakao.com


장흥면에 있는 장흥 참숯가마에 가봤다.
나혼자산다에서 기안84가 방문한 것으로도 유명한 공간.

매일 24시간 영업.

주차 가능.

북적여서 주차가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안내도 다 해주시고 정 자리가 없으면 이중주차도 하는 것같다.

가장 가까운 이마트가 창동 이마트여서 이마트 오픈시간 10시에 맞춰 가서 장을 보고 11시에 도착하자
불판도 평상도 자리가 없었다.
주인 아저씨가 주말 이 시간에 오면 원래 자리가 없다고 하심… 또로로…

입장료는 성인 16,000원. 소인 12,000원
옷과 수건 한장이 제공된다.
타올은 대형타올 보증금 8,000원에 2,000원 대여비. 중형은 4,000원 보증금에 1,000원.
이용시간은 10시간. 불가마 마감시간은 오후 11:00이다.



불판 자리는
숯위에서 자유롭게 고기를 굽고 자리에 가져가서 더 구워먹어도 되는 시스템.

사진엔 없지만 숯 버리는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 호일에 싼 고구마를 덮어두면 훌륭한 군고구마를 맛볼 수 있다.

자리가 없어서 조금 자리에 여유있어보이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짐을 두고.
장을 봐온 고구마를 호일에 말고 숯들 사이에 덮어두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뚜껑같은 것들을 덮어 표시를 해두고
일단 찜질을 즐겼다.


가장 명당자리인 숯가마 앞 평상 앞은 북적북적하다.
사람들이 다 숯가마를 등지고 앉아 등을 지지고 있었다.

이밖에 미온, 중온, 고온 방이 있고 숯을 막 꺼낸 방에도 사람들이 큰 타올과 나무신으로 갈아신고 들어갔다 나오는 등 다들 각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찜질을 즐기고 있었다.
숯을 막 꺼낸 방은 정말 뜨거운데다가 주변에서 어드바이스를 막 주시는데
안경도 벗어라, 수면양말은 안된다, 두꺼운 타올을 둘러라 등등 찜질방 선배들의 훈수가 이어진다.
말씀대로 방비하고 들어가봤지만 2초도 못버티고 바로 나왔다.

중온이 제일 만만한 온도여서 중앙과 입구까지 꽉 차게 오밀조밀 앉아 20명정도가 차있었다.
코로나 걸리면 어쩌지 하면서도 너무 개운한 느낌.


장을 봐오지 못했다면 매점을 이용하면 좋은데
전자렌지 사용료가 햇반 개당 500원이다..
넘모해…
그리고 석쇠와 장갑 세트가 4,500원인데
이마트에서 손잡이 없는 석쇠를 5,900원에, 주부습진방지 장갑 2켤레를 1,050원에 구매한 우리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석쇠랑 장갑은 그냥 여기서 구입하기!


불판 자릴 잡고(이용중인 분께 말씀드려서 다음타자로 예약하고 짐 가져다 두기. 마치 오락실에서 동전으로 차례를 맡는 듯한 유구한 전통의 방식..)
우리도 가져온 목심과 의성마늘 소세지를 올려봤다.
숯으로 떨어진 소세지는 불쏘시개로 썼다. 여자 넷이서 1.2kg가 아주 적절했다.
허브솔트는 집에서 챙겨옴. 가위/집게도 집에서 챙겨왔다.


대충 익혀서 자리에서 더 바싹 익혀가며 먹었다.
불이 식으면 숯을 더 채워 와서 사용하면 된다.
숯을 다루는 집게도, 숯통집게도 전부 구비되어있으니 걱정말긔


김치와 쌈장, 쌈채소, 접이식 그릴은 안샀는데
옆테이블에서 떠나면서 주셨다.
덕분에 더 풍요로운 식사 시간이 됐음.
감사합니다. 한국인의 정…❤️


라면이 끓길 기다리며 군고구마를 꺼내와서 먹었다.
자리잡고 먹을 때까지 방황한 2시간동안 낮은불에서 천천히 구워진 군고구마는
카라멜라이징이 너무 잘되어서 인생 군고구마였다.
촉촉하고 너무 맛있었음.. 호박고구마가 아닌데 이렇게 맛있다니


라면은 친구가 집에서 챙겨오고 라면용기는 이마트에서 파는 것을 사왔는데
도통 잔불에는 끓을 생각을 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냄비를 가져와서 공용숯에다 두고 닭볶음탕이나 쭈꾸미 볶음을 해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라면용기를 바로 숯위에 올리기가 두려워서 공용숯에다가 해보지는 못했지만 제대로 끓여먹으려면 그렇게 해야할 것같다.
나중에보니 전기포트를 가져온 분들도 계셨음.. 다들.. 프로야..

우리는 라면을 끓이지 않고 불려먹었다.
불린 라면에서는 컵라면 맛이 났다. 여름이었다.


끓어본 적 없는 라면도 맛있다.
사랑도 그렇다.



그렇게 한바탕 먹고 나니 2시쯤 자리가 나기 시작했다.
프로들은 9시 이전에 와서 찜질과 낮잠을 즐기고 식사를 한후 다시 낮잠 한번 쒜리고 떠나는 것같았다.
방바닥엔 전부 전기장판으로 열이 돌아서 엄청 뜨끈뜨끈했다.
그러나 웃풍이 조금 불기 때문에 큰 타올이나 담요등으로 몸을 감싸고 있어야했다. 지금은 2월 중순..
프로들은 후리스와 경량패딩을 챙겨와서 입고있던..
매캐한 공기 속에서 과일과 제니쿠키 등 주전부리를 먹고 있으니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고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팠다.
짜릿한 일산화탄소의 맛

홍콩다녀온 친구가 가져온 제니쿠키 존맛


숨을 쉬러 계곡 옆 평상으로 다시 향했다.
식당 자리지만 겨울이라 우리를 막는 사람들은 없었다.
한 무리의 젊은 남자어른이들은 계곡에 입수하며 놀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뼈가 시렸다. 여름이었다.



그 이후의 기억은 혼미하다.



우리는 평상에 돌아갔고, 중온 가마에도 들어갔고 커피를 마셨고, 라이어게임을 했는데
어디선가 농협에서 농산물 5개를 공짜로 준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순창에서 나온 홍게간장을 준다고 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봉투를 나눠주며 그 봉투를 들고 휴게실로 가면 나눠준다해서 뭐에 홀린듯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2층은 약간 수면실같은 고요한 공간이었고
1층은 오자마자 봤을 때는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누군가 설명을 열심히 하고 있길래 약파는 공간같아서 웃기다고 생각했던 공간이었다.
1층 휴게실에 가서 홍게간장을 받으려고 했는데 잠깐 설명을 들으라고 했다.
농산물을 나눠주는 이유, 설명을 하는 사람의 소속, 반딧불이 축제의 공간 덕유산 무주, 무주의 특산품, 천마.

천마가 등장했다.

그후로는 일사천리로 천마라이팅이 가해졌고
우리는 뇌졸증, 심근경색, 중풍, 당뇨에 좋은 천마 박사가 되어있었다..
1kg에 4만원인 생천마를 72시간 법제해서 3달 먹으면 양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들을 고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고되기도 하거니와 역해서 먹기 힘든 천마의 단점까지 보완해 나온,
이상벽씨도 인정한 발효 천마액 3달 분량을 이번 기회에 숫자도 수상한 396,000원에 10개월 할부로 구매할 수 있었다…..

다리가 저리고, 눈꺼풀이 떨리고 모든 효능이 나를 가리켰지만 쉬이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농협조끼를 입은 아저씨는 ”젊다고 자신하지마라, 사랑도 그렇다“라며 우리의 정신을 못차리게 하고

휴게실에서 나온 우리의 손에는 녹차 마스크팩과 천마단, 천마 파스, 천마 스포츠마사지젤(순창 홍게간장과 젤 중에 택1)이 들려있었다.

5시 반이었다.
해는 저물고 비가 내렸다.
우리는 색색거리며 채 닫지도 못하고 떠났던 봉투 속의 오렌지를 먹고
핸드폰과 긴 이별을 경험한 친구들은 폰을 허겁지겁 잡았으며
참숯가마를 떠나기전 큰 교훈을 얻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랑도 그렇다.


샤워장은 열악한 편이라(드라이기는 200원이다)
과감히 샤워를 포기한 우리들은 가는길에 봐두었던 망향비빔국수 송추점으로 향했다.(L.O. 19:55)
비도 오고 그래서 잔치국수를 시켜봤다.



처음 망향비빔국수 가자고 한 사람까지 잔치국수를 시켰다.


비빔국수를 시킨 한 명만 억울할 뻔했지만 양이 많아 괜찮았다.

머리를 흔들 때마다 온몸에서 탄내가 났다.
지하철역에 내려준 친구들은 사람들이 자꾸 탄내때문에 자신을 피하는 것같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한동안 차를 탈 때마다 시트 곳곳에 가득 배인 탄내를 맡으며 오늘을 그리워 할 것같다.
여름이었다.


아니, 천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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